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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자재 사용…환경호르몬 농도 ‘뚝’

작성일
2022-01-14
조회수
3570
친환경 자재 사용…환경호르몬 농도 ‘뚝’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지난해 어린이집·지역아동센터 6곳 리모델링 사업

지난해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금융산업공익재단의 후원을 받은 ‘환경호르몬 없는 아동친화공간 만들기 사업’을 서울시와 경기도 안산시 6곳에서 진행했다. 지난해 8월 은평구 은광지역아동센터에서 김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실장이 휴대용 엑스(X)선 형광분석기로 바닥재 유해성분 검사를 하고 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제공

안전한 보육 환경 목표, 방문조사 뒤 유해성 높은 몰딩, 바닥재 등 교체해 먼지 속 프탈레이트 농도 감소 확인

“보육환경 개선지원, 건강 고려해야”

“친환경 자재에 마감도 친환경적으로 해요.”

지난해 11월13일 토요일 은평구 녹번동에 있는 은광지역아동센터는 바닥재 교체공사가 한창이었다. 인테리어 담당자인 이주희씨가 리모델링 콘셉트에 대해 설명했다. 바닥재는 산업표준 케이에스(KS)마크는 물론 환경산업기술원의 환경표지인증, 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의 시험성적서를 받은 제품이다. 벽지와 바닥재가 맞닿는 부분은 자작나무로 만든 걸레받이로 처리한다. 바닥재 공사는 접착제를 쓰지 않고 레고블록처럼 끼우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작업자는 이어지는 부분을 고무망치로 통통 치며 하나씩 붙여나갔다.

은광지역아동센터의 리모델링 공사는 지난해 7월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금융산업공익재단의 후원을 받아 ‘환경호르몬 없는 아동친화공간 만들기 사업’으로 진행됐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아이들이 실내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고 있는 가운데, 건강하고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추진됐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의 이윤근 소장은 “환경호르몬이 아이들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세대보다 훨씬 심각하다”며 “아이들이 거주하는 공간에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를 쓰는 피브이시(PVC·폴리염화비닐) 재질의 플라스틱 제품, 유해 중금속 포함 시설 등을 줄여 더 안전한 어린이 생활공간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사업은 서울시와 경기도 안산시의 지역아동센터와 어린이집에서 진행됐다. 먼저 방문 조사해 건축자재(바닥재, 벽지 등)와 어린이 제품·용품(가구, 생활용품, 교구, 장난감 등)에서 환경호르몬 노출원을 찾아냈다. 다음으로 유해성이 높게 나타난 부분 중심으로 바꾸는 작업을 했다. 19곳을 방문 조사했고, 이 가운데 은광지역아동센터와 안산시의 어린이집 5곳에서 리모델링 공사가 이뤄졌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리모델링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공사 앞뒤로 먼지 샘플링 조사와 바이오 모니터링을 했다. 보육공간 먼지와 어린이 소변에서 환경호르몬 농도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점검하기 위해서다. 대상 기관 선정 과정을 거친 뒤 8~9월 방문조사를 했다. 휴대용 엑스(X)선 형광 분석기(XRF Analyzer)를 사용해 시설물과 제품 2600여 개의 재질에 PVC, 유해 중금속이 들어 있는지, 중금속량은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했다.

11월 은광지역아동센터 바닥재 교체 공사와 리모델링 뒤 바닥 모습.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제공

11월 은광지역아동센터 바닥재 교체 공사와 리모델링 뒤 바닥 모습.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제공

리모델링 대상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해 연구소는 유해성 상대평가 지수를 만들었다. 바닥재, 문, 창 등 건축자재에서 지수 값이 높게 나타났다. 몰딩이나 걸레받이 등에서 유해물질 함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의 김원 실장은 “면적을 고려할 때 바닥재에 함유된 유해물질이 주요한 노출원이 된다”고 분석했다.

조사 분석 결과를 토대로 한 달여 동안 바닥, 문, 도배 등의 교체 리모델링 공사가 이뤄졌다. 대상 공간과 시공 내용을 정하기 위해 원장들과 사전 협의를 했다. 인테리어 담당 이주희씨는 “예산 제한과 짐을 그대로 둔 채 진행한 공사라 제약이 많았다”고 아쉬워했다. 김원 실장은 “기관마다 요구사항이 달라 적합한 범위로 좁혔다”며 “연구와 조사에 견줘 공사 실행이 훨씬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리모델링 사업의 반응과 결과는 좋은 편이다. 은광지역아동센터의 송다영 사회복지사는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 환경이 개선돼 안심되고, 부모님들도 만족해한다”고 했다. 전체 바닥 교체 공사가 이뤄진 5곳에서 채취한 먼지 분석 결과, 환경호르몬(프탈레이트) 농도 수치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전 1, 2차 분석에서 평균 농도(중위 값)는 3840㎎/㎏이었고, 시공 뒤 3차 분석에서는 1096㎎/㎏이었다. 김 실장은 “리모델링 전후의 먼지 속 프탈레이트 농도는 차이를 보였다”며 “친환경 건축자재를 사용해 리모델링한 뒤 먼지 속 환경호르몬 함량이 70% 정도 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아이들 소변 검사에서도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김 실장은 “환경호르몬 노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변수들을 보정하더라도 친환경 리모델링으로 아이들의 소변에서 약 20%의 환경호르몬 노출 저감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친환경 건축재 등으로 보육공간의 환경을 개선하면 유해성을 충분히 줄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게 이번 사업의 가장 큰 성과였다”고 덧붙였다.

다가오는 4월부터 어린이 활동공간에 강화된 안전 기준이 적용된다. 환경보건법 시행령의 ‘어린이 활동공간에 대한 환경안전관리기준’에서 현재 규제 중인 6종의 프탈레이트계 가소제에 신규 물질(DIBP)이 추가된다. 실내 활동공간에 사용되는 합성수지 재질의 바닥재에 들어 있는 7종의 프탈레이트 총함량도 0.1% 이하여야 한다. 실내외 활동공간에 사용되는 도료나 마감재료에서 납의 함량 기준도 90ppm으로 강화했다.

시행령 이전 설치된 어린이 활동공간은 유예기간을 거쳐 2026년부터 적용된다. 김 실장은 “현재 정부의 아동보육시설 개보수 및 기능보강 지원사업은 안전 면에서는 잘 대비하지만, 건강 면에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안전과 함께 건강이 고려된 보육환경 개선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출처 :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기사 원문 : 친환경 자재 사용…환경호르몬 농도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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