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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도 치료 못 받는 미등록 이주아동, 최대 200만원 의료비 지원합니다
- 작성일
- 2022-02-23
- 조회수
- 3650
아파도 치료 못 받는 미등록 이주아동, 최대 200만원 의료비 지원합니다
녹색병원, 금융산업공익재단 후원으로 오는 4월까지 미등록 이주아동·청소년 의료비 지원
병원에서 영·유아 필수예방접종을 받는 미등록 이주아동. 녹색병원 제공
지난해 8월 한국에서 태어난 몽골 국적의 미등록 이주아동은 뇌수막염·비(B)형간염 등 영유아라면 필수적으로 맞아야 하는 예방접종에 어려움을 겪었다. 기존에는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미등록 이주아동이더라도 지역 보건소에서 관리번호를 받은 뒤 무료로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응으로 보건소의 여러 업무가 중단되면서 이런 의료 사각지대가 생겼다. 이대로라면 일반 병원에서 수만~수십만원의 접종료를 부담하는 수밖에 없었지만, 이주민 지원단체가 서울 중랑구의 녹색병원으로 연계하면서 아이는 시기마다 필수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녹색병원은 이처럼 건강보험 가입 불가, 경제적 어려움 등을 이유로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미등록 이주아동·청소년에게 최대 200만원의 의료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오는 4월까지 진행한다고 22일 밝혔다. 지원사업 대상자는 △입국 후 비자가 만료돼 미등록 체류중 △부모가 미등록 체류 상태에서 한국에서 출생 △기타 건강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20살 미만의 아동·청소년이다. 녹색병원을 포함해 전국 62개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의료비를 1인당 200만원 범위 안에서 지원한다. 대상자들은 외래·입원·응급실을 포함한 진단과 치료, 예방접종, 종합건강검진, 의료통역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몽골 국적의 중도입국 아동 ㄱ(13)양도 해당 지원 사업의 혜택을 봤다. ㄱ양은 지난해 지역아동센터에서 놀다가 오른쪽 가운데 손가락이 골절됐다. 인근 병원에서 급하게 처치를 받았지만, 건강보험 미가입자이기 때문에 보험을 적용받지 못한 채 검사비 등 병원비를 고스란히 내야 했다. 다행히 지역아동센터의 연계로 녹색병원에서 무료로 외래 치료를 받아 회복할 수 있었다. ㄱ양 부모와 기관 담당자는 “만약 지원이 없었다면 적극적인 치료를 주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별 병원 단위에서 미등록 이주아동을 지원에 나서게 된 건 이들을 위한 건강권 보장 환경이 열악한 탓이다. 1991년 유엔(UN)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 한국은 모든 아동의 건강권을 보장해야 하는 의무를 지니지만, 건강보험이나 의료급여 등을 적용받지 못한 미등록 이주아동의 건강권은 위협받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윤정 연구위원의 ‘미등록 이주 아동 보건복지 실태조사 및 욕구조사 보고서’(2020)를 보면, 미등록 이주민 100명 중 32명이 ‘최근 1년간 자녀가 병원·의원 진료가 필요했으나 받지 못한 경험이 있냐’는 질문에 ‘예’라고 답했다. 대부분 ‘진료비 부담’(21명)을 이유로 꼽았다. 미등록 이주아동은 국내 최소 5200명에서 많게는 2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녹색병원에서 관련 지원을 받으려면 입국 후 비자가 만료돼 미등록 체류 중인 아동·청소년은 최종 입국일을 확인할 수 있는 아동의 여권 사본이나, 주민센터에서 발급 가능한 출입국 사실 증명서 가운데 하나를 제출해야 한다. 부모가 미등록 체류 상태에서 국내에서 출생한 아동·청소년은 부모 한 명의 여권 사본과 출생증명서 사본을 모두 내야 한다. 녹색병원 누리집(www.greenhospital.co.kr) 게시판에서 신청서를 다운받은 뒤 녹색병원에 접수하면 된다. 금융산업공익재단의 후원을 받아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오는 4월 종료된다. 녹색병원 사회복지팀은 “현재까지 아동‧청소년 180여명이 530여차례 진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미등록 이주아동·청소년 의료비 지원사업 홍보물. 녹색병원 제공
서혜미 기자 ha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