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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함께하는 사랑방)

꿈의 연대(連帶)

작성일
2024-02-27
조회수
872


배 정 희 
성균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조교수


  아직 찬 기운이 가시지 않은 2월 중순부터 말까지 대학 캠퍼스에는 명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들뜬 설렘의 기운이 가득 찬다. 대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은 졸업가운을 입고 캠퍼스 곳곳에서 친구들과 즐겁게 사진을 찍고, 시간이 조금 지나면 대학교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이 선배들의 안내를 받아 학생 식당과 과방, 도서관 등을 구경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학교 캠퍼스를 누비기 시작한다. 졸업생들은 더 넓은 세계로 발을 내딛으며 나아가고, 그 빈 자리는 또 다른 누군가의 꿈으로 채워진다. 

  얼마 전 학과 졸업식에서 축사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사회복지학과 졸업생들에게 환경과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사회복지학을 공부할 때 거의 제일 처음으로 배우는 이론이 생태체계이론인데, 그 이론에 따르면 모든 인간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체계들과 끊임없이 상호교류하며 살아간다. 이러한 환경체계는 미시적 환경체계인 가족과 친구들, 중간체계인 학교와 지역사회, 거시체계인 제도와 법, 문화 등을 모두 포함하며, 인간은 주어진 환경에서 적응하거나 그 환경을 변화시키며 살아가게 된다. 나는 졸업생들이 가장 본인답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편안하고 안전한 환경체계를 구축해 나가기를 응원하고, 또 동시에 누군가에게 조금 더 친절하고 안전한 환경체계가 되어주기를 당부하였다. 그래서 훗날 조금 더 평등하고 연대하는 사회가 오기를 바란다는 꿈을 이야기하였다. 

  한편, 오래 전 나의 입학과 졸업을 떠올리며, 학교를 입학하며 꾸었던 꿈들은 모두 이루어졌는지, 졸업하며 소망했던 사회는 다가왔는지 물어본다. 사회복지를 전공하며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있는 비전은 모든 사람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키면서 낙인 없이, 혐오나 차별 없이, 결핍되고 필요한 서비스들을 권리로서 제공받는 것이다. 약 15년 전, 나는 그 해법이 민간의 자유롭고 선한 의지로 만들어진 사회적기업이라고 생각했고, 여전히 이에 대해 공부 중이다. 하지만 사회적기업의 개념이 국내에서 꽤 많이 보편화되고 제도화된 지금 이 시점, 과연 우리 사회에서 모든 사람들이 존엄성을 지키면서 살아가고 있는지는 아직 의문이다. 법과 제도는 어느 정도 구축된 것 같은데, 차별과 혐오는 오히려 더 많아진 것 같기 때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우리 사회가 연대와 호혜의 정신보다는 능력주의를 가장한 차별과 혐오에 더욱 익숙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울 때가 많다. 

  그래도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것은 여전히 비슷한 꿈을 꾸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폐지줍는 노인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고물상을 찾는 학생이 있고, 니트청년을 돕기 위해 원하는 니트청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회적기업가가 있고, 학교에서 제대로 커리큘럼이 정착되지 않은 ESG에 대해 동아리를 만들어 스스로 공부하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 내가 동료들과 꾼 꿈들이 여전히 누군가로부터 이어지고 있음을 느낄 때, 나는 그것을 꿈의 연대(連帶)라고 부르고 싶다. 나의 꿈 또한 오래전부터 시민사회 운동과 대안경제 운동을 해온 선배들의 꿈에 대한 연대라고 볼 수 있겠다. 아주 더디더라도, 아주 조금씩이더라도 우리의 환경체계는 늘 변화한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이들의 연대가 지속되는 한 우리는 조금씩 더 나아질 수 있으리라는, 그래서 높은 자살율, 심각한 소득 불평등과 같은 우리 사회의 어려운 현실도 언젠가 조금씩 해결되리라는 소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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