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칼럼
칼럼(함께하는 사랑방)
함께 건너는 희망의 다리
- 작성일
- 2024-04-11
- 조회수
- 763
이 계 문
現 남양주도시공사 사장/ 前 신용회복위원장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경제적 위기를 겪는다. 특히 최근에는 고금리와 경기 부진으로 빚을 갚지 못하고 채무조정을 신청하는 채무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2023년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 신청자 수는 전년 대비 33.8% 증가하여 18.5만 명에 달했다.
채무조정 신청자들은 연체가 발생한 이유로 ‘생계비 지출’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 ‘소득감소’와 ‘실직·폐업’이라고 응답한 신청자도 많았다. 경기 부진으로 빚내서 생활하다가 빚을 갚지 못한 채무자가 증가했다는 의미이다.
과거 신용회복위원장(서민금융진흥원장 겸직)으로 근무할 때 전국 50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다니며 직접 고객의 목소리를 들었다.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안타까운 사연이 있는 분들이었다. 지영(가명)씨도 그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계속된 매출 부진으로 운영하던 사업체를 정리했을 때 지영씨에게 남은 것은 5천만 원에 달하는 빚뿐이었다. 독촉 전화가 빗발치는 막막한 현실은 평생 남에게 빚지는 것을 싫어했던 지영씨에게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게 만들었다. 그때마다 지영씨의 마음을 다잡게 했던 것은 하나뿐인 가족, 배 속에 있는 아기였다.
지영씨는 운 좋게 한 미혼모센터를 소개받아 아이를 무사히 출산하였고, 지인의 소개로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채무조정을 통해 채무 원금의 일부를 탕감 받은 후 남은 빚은 월 20만 원씩 8년 동안 나눠서 상환할 수 있게 되었다. 지영씨는 사회복지사가 되어 5년 만에 모든 빚을 조기 상환할 수 있었고, 지금은 경제적 애로를 겪고 있는 분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영씨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채무조정 제도는 연체나 과중 채무로 어려움을 겪는 채무자를 효과적으로 보호하면서 새로운 출발의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이다. 이러한 채무조정의 효과는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필자의 연구 논문인 <한국 채무구제 제도의 효과성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채무조정을 이용하지 않은 연체 채무자는 5년 후 신용점수가 81.3점 하락하고 연 소득은 13.3% 증가하는 데 그쳤으나,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 이용 연체 채무자는 5년 후 신용점수가 144.8점 상승하고, 월 소득도 79.3% 증가하여 채무조정 제도의 경제적 재기 지원 효과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학교 박정민 교수도 채무조정을 받은 채무자는 채무부담이 많이 감소하고 소득이 증가하면서, 우울감이 줄고 행복도는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뒷받침하듯, 채무조정 효과를 제고하기 위한 노력도 성과를 내고 있다. ‘금융산업공익재단’은 2021년부터 신용회복위원회, 서민금융진흥원과 협업하여 채무조정 지원 후 잔여 채무를 성실히 상환 중인 청년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미취업청년 취업 촉진과 신용상승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금융산업공익재단‘이 지원하는 230억 원을 활용하여 5년 동안 취약 청년 약 2만 명에게 신용복지컨설팅을 통한 신용도 개선, 취업 컨설팅을 통한 취업 촉진과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22년 사업 참여자의 경우 신용점수가 평균 59점 상승하였고, 1,194명이 취업에 성공하는 등 실질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마음먹은 대로만 이루어질 수는 없다.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덮치면서 갑작스럽게 실직할 수도 있을 것이고, 경기 부진에 따른 매출 급감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분들도 많을 것이다. 이는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길을 걷다가 계단의 턱에 걸려 넘어질 수 있듯 예상하지 못한 불운을 만난 것이다.
이제껏 겪어본 적 없는 경제적 어려움에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하다면, 특히 금전적인 어려움에 닥쳐 가족에게도 털어놓기가 힘드실 때 꼭 신용회복위원회에 방문하여 상담을 해보시길 바란다.
앞으로도 ‘금융산업공익재단’은 신용회복위원회, 서민금융진흥원 등 공익적 기관들과 협력하여 경제적 도움과 지원이 절실한 취약계층 분들에게 불운과 역경을 헤쳐 나가게 해주는 ‘희망의 다리’가 되어 주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