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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함께하는 사랑방)

공익재단의 모범으로서 금융산업공익재단의 역할을 기대하며

작성일
2024-10-17
조회수
29

송경용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


우리나라에는 39,000여 개의 재단법인, 사단법인, 비영리민간단체 등이 있다.

적지 않은 숫자이다. 기부 금액도 예전에 비하면 놀랄 만큼 성장했고, 공익재단, 공익단체의 설립 주체, 운영 목적, 운영 방식도 다양해졌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면 우리나라의 경제력에 비하면 지금보다 몇 배는 더 커져야 하고, 몇 가지만 개선된다면 당장이라도 빠른 속도로 양적, 질적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공익재단, 공익사업에 대한 인식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은 공익재단의 주 사업은 ‘불우이웃돕기’라고 생각한다. 절대빈곤 사회를 경험한 세대가 아직은 경제력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 수 있다. 대부분의 기업재단이나 규모 있는 공익재단을 그 세대가 설립했으니 주 사업이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우리나라 사회복지 제도의 취약성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사회복지 제도가 과거보다 많이 성장했다고 하나, 날로 심화하는 불평등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취약계층의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처방이자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둘째, 제도적 문제이다. 

공익재단, 단체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과정이 복잡하다. 

사업 목적에 따라 설립 허가를 받아야 하는 주무 부처가 다르고, 부처마다, 담당자마다 공익재단이나 단체에 대한 인식(수준)이, 일 처리 과정이 다르다.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재산(자산)을 출연하고, 사업계획을 세우고, 뜻을 같이하는 사람을 모으는 과정도 쉽지 않은 일인데 설립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운영 과정에서도 일일이 주무 부처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일도 적지 않다. 이는 창의성과 자율성, 시대적 상황에 따른 대응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셋째, 전문성의 문제이다. 

돈을 버는 일과 돈을 잘 쓰는 일은 엄연히 다른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돈을 잘 쓰는 사람들을 키우고 인정하는 일에 인색하다. 대부분의 재단이나 단체가 출연자나 기부자의 의도나 관여 수준이 너무 높다 보니 사업의 내용이 비슷하다. 국가나 사회가 다 하지 못하는 영역에, 새로운 상황에 기민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공익재단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는 다양성과 창의성, 실험정신을 약화시키고 제한하는 원인 중의 하나가 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넷째, 주식출연과 기금운용에 대한 과도한 규제이다. 

‘금융산업공익재단’에는 해당하지 않는 문제이나 우리나라 기부 문화를 다양화하고 공익재단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는 현행 5%(상증세법), 15%(공정거래법)로 제한되어 있는 규제를 대폭 완화해 주어야 한다고 믿는다(공익재단에 출연한 주식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때 5%만 세금 면제, 행사하지 않는 경우 15%만 세금 면제). 기업활동을 통해 부를 축적한, 선한 의도로 수천억 원 규모의 주식을 기존 재단에 출연하거나 새롭게 재단을 만들고 싶어 하는 여러 명이 과거 탈세를 목적으로 불법 상속, 편법 증여한 사례와 우회적인 기업 지배 수단으로 사용해서 물의를 일으킨 기업(인)을 규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 때문에 출연하지 못하고 있다. 


위에서 제기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공익재단을 불우이웃을 돕는 기본적 역할에 더해 국가나 기업, 사회가 챙길 수 없거나 쉽고 빠르게 다가갈 수 없는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다른 관점, 다른 방법으로 찾아가는 소임을 수행하는 곳이라는 인식 개선과 인정이 필요하다. 공익재단 스스로 그런 역할을 실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하고, 관리/감독하는 기관도 공익재단의 유연성과 자율성을 지원해 주고 보장해 주어야 한다. 

절대빈곤 시절의 관행, 관 중심의 개발 시대의 사고방식과 체계로는 변화하는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 민간의 창의성과 헌신성, 전문성이 더욱 크게 발휘될 수 있도록 제도를 고치고 사람을 키워야 한다. 수십 년 동안 지켜보고, 함께 일한 미국과 유럽 여러 나라의 공익재단에는 최고의 역량을 갖춘 젊은이들이 포진해있고, 뛰어난 젊은이들이 가장 일하고 싶은 곳으로 유수의 공익재단을 꼽고 있다. 공익재단과 공익 활동에 필요한 전문가를 키우는 시스템이 있고 이들을 인정하고 대우하는 지지/지원하는 문화가 발달해 있다.


이제 우리나라 공익재단도 미국이나 유럽의 재단처럼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적 경제 활동(사회적 경제 기업이나 소셜벤처 등)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그저 은행 이자 수입에 의존하게 해서는 안 된다. 기금운용의 자율성을 높여주어야 한다.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면서 결과에 대한 책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경제적 활동에 대한 투자나 지원은 그 자체로 공익적이기 때문이다. 


다행하게도 이번 국회에서 공익재단에 대한 주식출연에 관한 법, 공익재단의 기금운용 개선에 관한 법안이 토론되고 제출될 예정이라고 한다. 기부 문화를 증진하고 공익재단의 전문성과 자율성, 다양성을 높여나가는 법안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세계에서 유일한 금융권 노사 협력 재단인 ‘금융산업공익재단’의 사업 내용과 방식이 날로 다양해지는 것 같아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올해 성과 보고서를 보면서 국내외, 세대와 지역을 아우르면서도 전문성과 혁신성이 돋보이는 사업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우리나라 공익재단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모범적인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 어려운 이웃을 따뜻하게 보듬는 일은 물론이고, 공익 활동/공익재단에 필요한 전문가와 단체를 키우는 일,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경제 기업이나 혁신적인 활동을 지속해서 지원하는 일에도 선도적인 역할을 기대한다. 

노사가 힘과 지혜를 모아 지금보다 큰 규모로 발전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익재단으로 발전해 나아가기를 또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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