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넘어, 사람과 지구를 가르친다”…지속가능경제 교육을 말하다
- 작성일
- 2025-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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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학교, 움직이는 청소년<4·끝>
청소년 ‘지속가능경제 교육’의 의미와 과제
기존의 경제교육은 무엇을 놓치고 있었을까. 효율과 이윤 중심의 교육은 기후위기, 불평등, 무분별한 소비와 같은 문제에 제대로 답하지 못해왔다. 그렇다면 ‘경제’와 ‘지속가능성’을 함께 가르치는 일은 가능할까. 청소년을 교육의 수혜자가 아닌 실천의 주체로 세우려면, 우리는 무엇부터 바꿔야 할까. 지난 10일 열린 ‘지속가능경제학교 포럼’에서 이 같은 질문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졌다.
재단법인 아름다운커피와 공익미디어 더나은미래가 공동 주최하고, 금융산업공익재단이 주관한 포럼에는 교사, 연구자, 시민단체 활동가 등 100여 명이 참석해 청소년 경제교육과 지속가능성의 접점을 모색했다.
현장에서는 청소년 주도의 지속가능성 교육 사례로 ▲캐나다 환경·인권단체 ‘그린호프재단’ ▲국제 지속가능 학교 네트워크 ‘TASS’ ▲아름다운커피의 ‘지속가능경제학교’ 등이 소개됐다. 이어 두 차례의 패널 토론에서는 교육의 본질과 과제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오갔다.
먼저 ‘청소년이 만드는 지속가능성과 경제 교육’을 주제로 한 첫 토론에서는 한진수 경인교육대 교수(인천지역경제교육센터장)가 좌장을 맡고, 앤서니 딕슨(Anthony Dixon) TASS 창립자, 김나영 양정중 사회 교사 겸 작가, 이원재 경제평론가가 패널로 참여했다.
김나영 교사는 “경제학은 개인의 효율과 이익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지만, 지금은 지구를 위한 소비와 생태 감수성까지 가르쳐야 할 시점”이라며 “학생들의 관심사에 따라 업사이클링, 비건 식단, 재사용 캠페인 등을 직접 설계해 참여형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원재 평론가는 “우리는 종이컵 하나를 아무렇지 않게 쓰지만, 그 안에 우리가 고민해야 할 수많은 문제들이 숨어 있다”며 “AI 같은 기술이 사회를 바꾸는 수단이 될 수 있어도, 데이터센터가 남기는 환경 발자국까지 포함해 가르쳐야 진짜 경제교육”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세션 ‘지속가능경제시민으로 성장하는 청소년을 위해’에서는 이의헌 점프(JUMP) 창립자가 좌장을 맡아 고대권 이노소셜랩 대표, 김나영 교사, 한진수 교수, 딕슨 대표가 함께 토론에 나섰다.
고대권 대표는 “지속가능성 교육은 청소년을 ‘배움의 대상’에서 ‘행동의 주체’로 전환시키는 일”이라며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 방안을 스스로 설계해보는 경험이야말로, 시스템을 바꾸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지속가능한 교육이 되려면 ▲의사결정 역량 ▲참여 의지 ▲행동 변화, 이 세 가지를 키울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교과 설계와 연구가 더 활발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진수 교수는 “지금의 경제교육은 여전히 ‘돈을 잘 버는 법’에 치우쳐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경제적 사고의 본질은 의사결정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고 조율하는 데 있는데, 이것이 곧 지속가능성과 만나는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 질의응답에서는 “현장 교사로서 지속가능교육을 수업에 어떻게 녹일 수 있는지”, “현재의 교육 시스템은 과연 지속가능한가” 등 날카로운 질문이 이어졌다.
주완 금융산업공익재단 이사장은 “지속가능경제교육은 단순히 ‘돈을 잘 버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소비하며 더불어 살아갈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는 교육”이라며 “물건을 고르거나 돈을 쓸 때 그 안에 사람과 지구를 생각하는 마음을 갖는 것, 그 작은 선택들이 세상을 바꾸는 시작이 될 수 있음을 청소년들이 배워가는 여정을 함께 나눌 수 있어 뜻깊다”고 말했다.
한수정 아름다운커피 대표는 “2012년부터 ‘공정무역교실’을 통해 13만 명의 청소년을 만나며, 윤리적 소비를 주제로 교육해왔고, 그 경험이 ‘지속가능경제학교’로 이어졌다”며 “이번 포럼이 각 지역에서 사회적 경제 교육과 대안교육을 고민하는 이들이 협력해 사회를 바꿔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