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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함께하는 사랑방)

실패할 기회

작성일
2025-01-06
조회수
164


이문수
청년문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달라. 우리의 이야기를 듣는 곳도, 할 곳도 없더라.’ 굶주림으로 세상을 떠난 한 청년의 가슴 아픈 고독사를 계기로 청년들이 끼니를 거르지 않고 밥 먹고 힘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식당을 준비하면서 청년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다. 종교인들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청년들은 의외로 어렵지 않은 바람을 들려주었다. 그랬기에 그 바람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다. 비단 종교인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기성세대에, 우리 사회 전체를 향한 외침으로 들렸다. 

1970년 11월 13일 평화시장 앞에서 스물 두 살 청년 전태일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요일은 쉬게 하라!", "노동자를 혹사하지 말라"라고 외치며 자신의 몸과 법전을 불살랐다. 당시 사회는 청년 전태일을 사회를 어지럽히는 불온한 사람으로 몰았지만 오히려 그는 법을 지키라고 절규하며 자신을 희생했던 것이다. 그제서야 세상은 청년 전태일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청년들은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외치고 있다. 

<2030청년영화제>는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말하는 청년들이 말하는 소통의 장이다. 영화를 전공하지 않은 누구라도 도전할 수 있다. 청년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영화라는 매체로 표현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2021년 시작된 <2030청년영화제>는 2024년까지 4회를 맞이했다. 특히 2024년 11월27일부터 30일까지 성북구에 위치한 ‘아리랑씨네센터’에서 열렸던 제4회는 ‘금융산업공익재단’의 청년문화예술 지원사업의 후원 덕분에 비약적으로 성장하며 많은 청년들의 호응 속에 성황리에 마칠 수 있었다. 

<2030청년영화제>의 특징은 그저 청년들이 영화를 만들도록 지원금을 주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전문 영화인들이 멘토로서 시나리오 작성과 영화 촬영, 편집, 후반작업에 함께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를 상영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청년 감독은 배우를 캐스팅하고 연출부를 꾸리며, 촬영 장소 섭외 등 영화 제작 전반의 일을 모두 경험하게 된다. 한 편의 영화가 완성되고 불 꺼진 영화관에서 많은 관객들 앞에서 자신의 영화가 세상에 공개되는 순간을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기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청년들은 ‘함께’ 작업한다는 것의 소중함을 체험한다. 혼자만의 힘으로 될 수 없음을 느끼며 자신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스텝들과 함께 무엇과도 바꾸기 힘든 인생의 한 페이지를 채우게 된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기에 완성할 수 있는 것이다. 

제4회 <2030청년영화제>에서는 금융산업공익재단의 지원으로 9편의 영화와 3편의 시나리오가 완성되었다. 그리고 4일 동안의 영화제가 개최되었다. 영화 제작 과정에서 수 십명의 청년들이, 4일간의 영화제를 통해서 수 백명의 청년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풀어내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지난 4년 동안 <2030청년영화제>에 참석했던 많은 청년들은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이와 같은 좋은 기회가 오래도록 지속되었으면 좋겠다고. 

<2030청년영화제>의 또 다른 특징은 청년들에게 실패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영화를 전공하지 않은 청년들의 도전이기 때문이다. 따라가기 벅찰 정도로 변화가 빠른 우리 사회에서 단 한 번의 실패로도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는 청년들에게 마음 놓고 도전하고 실패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큰 청년들에게는 꼭 필요하다. 청년들을 대신하여 이와 같은 기회에 지원해 준 금융산업공익재단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지속적으로 청년들의 열정과 도전에 함께해 주시길 바란다. 

<이문수> 

    • · 청년문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 · 글라렛선교수도회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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