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칼럼
칼럼(함께하는 사랑방)

대형산불을 보며 다시 생각해보는 ESG

작성일
2025-04-01
조회수
33


고대권
이노소셜랩 대표 / 금융산업공익재단 정책연구위원

대형 산불은 남의 나라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했었다. 산과 초원을 불태우는 화마를 피해 대피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대개 미국의 LA나 하와이, 칠레에서 송출된 뉴스를 통해 전달되었다. 물론 한국에서도 고성(2018~2020), 삼척(2018), 강릉(2017) 등에서 큰 산불이 있었다. 특정 지역에 집중되었던 탓에, 지역적인 화재로 착각하고 있었을 뿐이다. 문제는 이번 산불이다. 3월 22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은 안동 등 4개 시군으로 번졌다. 산불 영향 구역은 역대 최대로 기록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 이번 산불의 확산에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크다. 강수량과 적설량의 부족으로 마른 낙엽과 잔가지가 산을 뒤덮었다. 기온은 과거에 비해 높았고 풍속은 강했다. 기온이 상승하면 상대습도가 감소하고 지표면이 건조해진다. 또한 기온 상승이 내륙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바다에서 내륙을 향해 공기가 이동하며 바람이 강해진다. 주목해야 할 점은 동해안에서 자주 발생하던 대형 산불이 내륙에서 발생했다는 점, 그리고 이와 같은 변화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것은 예견된 미래다. 대형 산불을 남의 나라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했던 믿음이 낙관적인 착각에 불과한 것이었다면, 대형 산불이 더욱 빈번히 발생할 것이라는 믿음은 비관적이지만 확정적인 사실에 가깝다. 

많은 국민들이 산불을 실시간 모니터링했다. 현장의 아우성은 고통스럽다. 재난당국에서 산불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만 알릴 뿐, 구체적인 대피 방향이나 방법을 알려주지 않아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민의 목소리를 들으며 절망했다. 기후변화 때문에 이번 산불이 커졌다는 전문가의 목소리를 듣다 보면 힘이 빠진다. 수년째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ESG를 생각하고 고민하는 입장에선 더욱 그렇다. 이번 산불을 ESG 관점에서 리뷰해보려는 이유다. 

첫번째 리뷰는 ESG의 목표에 대한 것이다. 기업에서 ESG 실무를 맡고 있는 담당자들 중 ESG의 목표를 평가 대응에 두는 이들도 있다. 지표에 부합하는 데이터관리는 중요하다. 투자사나 평가사들의 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는 것 역시 중요하다. 다만 기업의 ESG는 환경과 사회에 기업이 미치는 영향, 그리고 환경과 사회의 변화로부터 기업이 받는 영향 양자를 동시에 개선하기 위한 의사결정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예컨대, 기후변화를 악화시키는 영향을 방치하면서 기후변화로부터 발생하는 영향(리스크)에서 벗어나려 한다면 이상과 현실 모두에서 모순을 경험하게 된다. ESG를 한다고 하지만 현실은 개선되지 않고, 평가대응을 한다고 하지만 지속가능성 리스크는 상존하는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이번 산불은 기후변화로부터 발생하는 리스크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크게 다가올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즉 기후변화의 위험이 우리 삶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기후변화 대응이나 지속가능발전으로의 기여가 ESG의 이상일 뿐 실제로는 평가대응이나 잘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그 시야를 빨리 넓힐 필요가 있다. 

두번째는 리스크 대응 측면에서 ESG의 재점검이다. 이번 산불의 직접적인 발화에는 기업이 개입한 바가 없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들리는 뉴스를 보면 중소기업의 공장, 대기업 작업장에서의 화재들이 끊이지 않는다. 문제는 이런 화재들이 기후변화와 맞물리는 순간 작업장의 범위를 벗어나는 큰 피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작업장에서 발생한 미세한 불꽃, 작업자의 부주의로 인한 소규모의 발화가 건조한 강풍을 만나면 화마로 변신할 수 있다. 과거에 작업장에서 화재를 대하던 생각의 스케일이 기후변화라는 외부환경의 변화를 맞아 더욱 커지고 중대해지고 구체적으로 변해야 한다.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물리적 리스크는 생각보다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당장 기후변화를 심하게 겪는 지역에 작업장이 있다면 작업장의 안전을 포함한 다양한 리스크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즉 식별과 대응까지 재점검해야 한다. 투자자들을 포함한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은 기업이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위험과 기회를 정확하게 식별하고 이에 대응하고 있는지를 늘 묻고 있다. 이번 대형 산불에서 우리는 위험에 대해 적절히 식별하지도 준비하지도 대응하지도 못했다. 

ESG는 살아있는 것이어야 한다. 단순히 투자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등급을 따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환경과 사회의 변화로부터 발생하는 다양한 영향을 기업이 이해하고, 기업이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ESG다. 지표들을 외우고 데이터를 집어넣는다고 업무가 종료되는 것이 아니다. ESG의 렌즈로 지금 우리를 다시 재점검하자. 

안내 메시지

안내 메시지

   취소

해당 서비스는 로그인을 진행해야 사용 가능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