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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함께하는 사랑방)

키 큰 나무숲을 지나니, 내 키가 커졌다

작성일
2025-06-02
조회수
74


한수정
아름다운커피 대표

아름다운커피는 공정무역을 실행하는 사회적기업이다. 공정무역을 알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일에 참여함으로써 우리 사회를 보다 좋은 곳으로 바꾸어 나가려는 소중한 미션을 품고 있다. 

이 미션의 실행을 위해 공정무역을 실행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이다. 커피 무역에 직접 참여하여 생산자와 공정한 거래관계를 맺는 것, 제품을 마케팅하고 유통시켜 보다 많은 윤리적 소비자들을 만나는 것, 지역사회에 스며들 수 있도록 공정무역 축제와 캠페인을 조직하는 것 등... 하려고 찾아보면 해야 할 일이 무궁무진한 것이 공정무역이다. 

아름다운커피는 이 중에서도 특별히 ‘청소년 교육 캠페인’에 특화된 강점을 갖고 있다. 초창기에 공정무역이란 개념을 알리면서, 커피 비즈니스도 해야 했기에 가급적 개념의 확산을 위한 많은 교육 프로그램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공정무역을 통한 정의로운 세상을 가장 열심히 꿈꾸는 이들은 의외로 ‘청소년’들이었다. 학원 뺑뺑이를 돌며 입시에 고생해도, 청소년기 순수한 마음은 공정함과 정의를 알아보고, 빈곤문제에 대해 의롭게 분노할 줄 알았다. 

교육과 캠페인 사업이 성장할수록, 캠페인을 주관하는 아름다운커피도, 캠페인에 참여하는 청소년들도 점점 궁금한 점이 많아졌다. 

“선생님, 좋은 물건을 사는 거랑, 나쁜 물건 안 사는 거랑 어떤 게 더 효과가 커요?”

“윤리적 소비라고 하는데, 그럼 윤리적인 과소비를 하면 세상이 좋아지나요?”

세상의 복잡함을 한 번에 설명할 수 없었지만, 우리는 그 질문 속에서 매일 한 뼘씩 자라나고 있었다. 아름다운커피는 공정무역을 품으면서도 공정무역이 미처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을 보여줄 수 있도록 ‘지속가능성’이란 개념을 당겨 왔다. 이 렌즈를 통해 나와 세상을 바라본다면, 우리의 일상이 어떻게 변화되어 나가야 할지 보다 선명해지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렇게 ‘지속가능경제학교’ 캠페인을 론칭하게 되었다. 

그러나 론칭 첫해의 코로나, 미증유의 팬데믹으로 학생들과 어떻게 캠페인을 진행해야 하나 큰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코로나로 촉발된 온갖 일회용품은 ‘쓰레기 문제’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좋은 것을 사는 만큼, 물건을 사고 난 이후에 어떻게 처리할지도, 그리고 그 물건이 우리 손에 들어오는 과정 모두를 살피는 것이 우리 경제를 ‘지속가능’하게 이루는 중요한 분야라는 것을 청소년들은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지속가능경제학교’는 퍼실리테이터 교사들과 청소년들이 팀을 이뤄 8주 동안 집중적인 학습과 문제해결을 훈련하는 장이다. 지속가능경제의 개념과 사례를 배우고, 우리 주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캠페인 활동을 스스로 구성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마지막 발표대회를 통해,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전국의 수백명 청소년들이 이룬 사람의 숲을 지날 때면, 아이들의 키가 한 뼘은 더 자랐다. 

이 의로운 ‘뜻’에 다행히 ‘돈’도 뒤따랐다. 기존 금융이 ‘부자’되는 일을 가르친다면, 금융산업공익재단의 기금은 부자를 넘어 웰빙으로, 지속가능함으로 가는 일에 다리를 놓아 주었다.

“다음 프로그램 언제 오픈하냐”는 전화를 받을 때마다 행복감이 몰려온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이전보다는 한 뼘은 더 자라날 것을 확신한다. 

* 제목은 박노해 에세이집 ‘사람만이 희망이다’에서 따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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