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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함께하는 사랑방)

금융산업공익재단과 함께 걷는 디지털 포용사회로 가는 길

작성일
2026-02-24
조회수
8


박승진 한국정보과학진흥협회 이사장 


디지털 기술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식당 주문, 금융 업무, 병원 예약, 대중교통 이용까지 우리의 일상은 이미 디지털을 전제로 움직이고 있다. 문제는 기술의 속도가 아니라, 그 속도를 따라갈 수 있는 기회가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졌는가이다. 누군가에게 디지털은 편리함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사회로부터 한 발짝 멀어지는 계기가 되고 있다. 디지털 포용사회가 필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금융산업공익재단과 함께 시작한 디지털 소외계층 지원사업이 어느덧 3년 차에 접어들었다. 사업 초기,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던졌던 질문은 단순했다.

 “이 교육이 과연 현장에서 의미 있는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까?”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지만, 교육 대상자들이 놓인 환경은 복합적이고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그럼에도 3년간 전국 곳곳의 현장을 직접 마주하며 분명해진 사실이 있다. 이 사업은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반드시 감당해야 할 책임의 영역이라는 점이다.


디지털 소외계층 지원은 시혜가 아니다

 이는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 인프라이며,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디지털 사회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다. 변화는 늘 조용히 시작되지만, 현장에서는 분명한 흔적으로 남는다.

 지난해 전국을 5개 권역으로 나누어 약 700회의 디지털 교육을 운영하며 8,500여 명의 어르신과 디지털 취약계층을 만났다. 해남 땅끝마을, 완도 길끝마을, 교통편이 하루 한 번뿐인 섬 지역까지 찾아가며 교육을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가장 분명하게 확인한 사실은, 디지털을 사용하지 못했던 이유가 ‘이해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배울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생활 속에서 바로 쓰이는 교육, 디지털 교육의 본질

 교육 내용은 철저히 생활 중심으로 설계되었다. 스마트폰 기본 기능, 문자와 사진 전송, 카카오톡 활용 같은 가장 기초적인 내용부터 키오스크 주문, 모바일 금융 서비스, 보이스피싱 예방교육까지 ‘오늘 배워서 오늘 써먹을 수 있는 것’을 기준으로 구성했다. 복잡한 기능 설명보다 반복 실습과 개인별 속도 조절을 우선했다. 교육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자신감이 생겼다.”라는 말이었다.

 최근에는 디지털 격차가 AI 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기초적인 AI 활용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음성 명령으로 날씨를 묻고, 길을 찾고, 필요한 생활 정보를 검색하는 수준이지만 이는 매우 중요한 시작이다. AI가 일상 깊숙이 들어오는 시대에 시니어 세대가 ‘이해하지 못하는 존재’로 남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이기 때문이다. AI 교육의 목적은 기술 숙련이 아니라, 두려움을 줄이고 사회 변화의 흐름에서 스스로를 배제하지 않도록 돕는 데 있다.


낙도와 오지를 마다하지 않는 강사들의 전문성과 책임감

 이 사업의 중심에는 강사들이 있다. 디지털 교육 강사들은 단순한 전달자가 아니다. 각 지역의 특성과 대상자의 눈높이를 이해하고, 설명보다 경청을 먼저 하는 현장 전문가들이다. 

 강사들의 열정은 개인적인 헌신이 아니라, 디지털 포용에 대한 책임감에서 비롯된다. 단순히 정해진 커리큘럼을 소화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자의 반응에 따라 내용을 바꾸고, 이해할 때까지 반복하며 이 과정에서 강사들은 교육자이자 동반자가 된다.


 특히, 전국 5개 권역에서 112명의 시니어 디지털 문해교육사가 양성된 것은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시니어가 시니어를 가르치는 구조는 교육의 지속성을 높였고, 지역사회 안에서 디지털 문해력이 자연스럽게 확산되는 기반을 만들었다. 이는 일회성 복지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가 스스로 디지털 역량을 키워가는 투자이자 포용 모델이다.


AI 시대로의 전환, 시니어 세대를 외면하지 않기 위해

 AI 기술은 생산성과 편의성을 높이지만, 준비되지 않은 이들에게는 또 하나의 장벽이 될 수 있다. 특히 시니어 세대에게 AI는 ‘이해하기 어려운 기술’이 아니라 ‘나와 상관없는 세상’으로 인식될 위험이 있다. 디지털 포용이 멈추는 순간, 사회적 고립은 더욱 심화된다.

 그래서 지금의 디지털 교육은 단순한 기술 전달을 넘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과정이어야 한다. “나는 못한다”는 인식을 “나도 할 수 있다”로 바꾸는 것, 그것이 디지털 교육의 본질이다. AI 시대에 시니어 세대가 배제되지 않도록 하는 일은 복지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 과제다.



디지털 포용사회는 선언이 아니라 실천으로 만들어진다.

 가장 느린 사람의 속도에 사회의 보폭을 맞추고, 가장 먼 곳까지 책임지려는 꾸준한 실천 속에서 완성된다. 지난 3년간 이 사업을 운영하며 확신하게 된 한 가지는 분명하다. 디지털 교육의 성과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의 표정으로 확인된다는 사실이다. 손주에게 처음 영상통화를 걸고 웃음을 터뜨리던 순간, “이제는 나도 할 수 있다”는 조용한 한마디 속에 이 사업의 의미가 모두 담겨 있었다.


 디지털 포용사회로 가는 길은 어느 한 조직의 노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앞으로 재단과 우리 협회는 단순한 지원자와 수행기관의 관계를 넘어,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 걷는 동반자로서 재단의 안정적인 지원과 분명한 방향 제시 위에, 수행기관의 현장 전문성과 실행력이 더해질 때 비로소 변화는 단순한 프로그램을 넘어 지속 가능한 구조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지난 3년간의 현장은 이러한 협력의 가능성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기술의 발전이 누군가를 뒤처지게 만드는 단절이 아니라, 모두를 사회 안으로 다시 연결하는 매개가 되도록 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함께 걷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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