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칼럼
칼럼(함께하는 사랑방)

비정규직 미디어 노동자들을 위한 너, 나, 우리 위튜브

작성일
2026-03-25
조회수
21


권지현 방송작가유니온 영남지회장


우리가 뽑았으나, 우리는 너를 책임질 수 없다; 방송작가유니온의 탄생
서류 전형과 필기 전형, 면접까지 치르고 들어간 방송국에서 출근 첫날 처음으로 들었던 말이다. 그들은 나더러 프리랜서라고 했다. 2000년 가을, 세기가 바뀌는 소용돌이 속에서 낯설게 들었던 말, 프리랜서. 하지만 IMF를 막 지나온 나에게, 더구나 수많은 경쟁률을 뚫고 겨우 합격이란 자격을 얻은 나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일단 시작하는 수밖에. 그리고 그때는 몰랐다. ‘프리랜서’라는 말이 ‘4대 보험’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이자 차별이 당연함을, 사회가 책임지지 않음을, 일하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고용의 파편화와 양극화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방송가는 그 훨씬 전부터 고질적인 비정규직 문제를 양산해 왔다. 방송국이 비정규직 백화점임을 아는 사람들은 이제 다 아는 사실이 됐다. TV에 자주 등장하는 그 수많은 제작진 가운데 법적으로 보호와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정규직은 열에 한 명이나 될까 말까 하다. 결국 방송은 2명의 정규직과 8명의 비정규직이 만들어 가고 있는 셈이다. 방송사들은 사회의 부조리와 약자를 대변하며 공정 보도에 대해 그토록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자신들의 부조리에 대해서는 입을 꾹 다물었다.

방송작가유니온은 그런 문제 인식이 임계점에 다다른 결과다. 같이 일하면서도 일하는 사람 취급을 받아오지 못한 전국의 방송작가들이 고용 형태의 부조리 속에서 차별과 소외를 견디다 제대로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고 목소리 내고자 모였던 것이다. 2017년 출범 이후 방송작가유니온은 방송작가들의 처우 개선과 노동 권리 확보를 위해 활동해 오고 있다.

급변하는 미디어 산업; 더욱 소외되는 미디어 비정규직 종사자들
최근 들어 미디어 산업은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지상파 3사를 중심으로 돌아가던 방송계는 케이블과 종편이 생겨나면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경쟁이 치열해졌다. 그런 가운데 OTT의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면서 이제는 경쟁이 아닌 생존 그 자체가 관건이 됐다. 방송사의 제작 프로그램은 급격히 줄어들었고, 다양성과 공정성이 사라진 자리에는 소위 ‘돈 되는’ 콘텐츠들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가장 먼저 피해를 입은 것이 바로 미디어 비정규직 종사자들이었다.

쉽게 생겨났다 없어지고, 생겨났다가도 낮은 시청률로 인해 갑자기 없어지는 프로그램들 사이에서 미디어 비정규직들의 일자리 또한 프로그램과 같이 생겨났다 사라졌으며, 우후죽순 생겨나는 제작사들과 유튜브로 옮겨가고 있는 미디어 환경은 비정규 미디어 종사자들의 일자리의 질 자체를 낮추어 버렸다. 이렇듯 방송 미디어 비정규직 종사자들은 일을 하고 싶어도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사회적 보장 시스템이 없다면 우리가 하자; 너, 나, 우리 위튜브 프로젝트
방송작가유니온은 일찍이 이런 방송 환경의 변화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 고용의 유연화라는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면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여왔다. 그러나 늘 그렇듯 정책은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방송작가들의 노동 환경 개선과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해 온 방송작가유니온은 당장 방송작가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것이 금융산업공익재단의 지원으로 시작한 ‘너, 나, 우리 위튜브’ 프로젝트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기존 방송 시스템에만 의존하던 작가들이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고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도우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소득 창출의 자립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 것이다. 또한 시청률과 자본에 휘둘리는 콘텐츠가 아닌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펼칠 수 있는 공익 영상을 제작함으로써 미디어가 갖는 사회적 의미와 가치도 지키고자 하였다. 그 결과 지난 2년간 진행한 ‘너, 나, 우리 위튜브’ 프로젝트를 통해 60여 팀이 제작 기회를 갖게 되었으며, 3억여 원이 넘는 제작비를 지원받았다.

더욱이 2회째를 거치면서는 각자 흩어져 일하던 프리랜서 노동자들이 하나의 커뮤니티 안에서 노하우를 공유하고 서로의 안전망이 되어주는 연대를 경험함으로써, 고립된 개인에서 당당한 콘텐츠 제작자로 거듭날 수 있는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었다.

지난 2년간 ‘너, 나, 우리 위튜브’ 프로젝트는 비정규 미디어 노동자들에게 ‘내일’을 꿈꿀 기회를 주는 등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었지만, 더불어 우리 앞에 놓인 과제 또한 분명해졌다. 비정규직 미디어 노동자의 권익 보호와 자립은 단기적인 성과에 안주할 수 없는 긴 호흡의 여정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비정규직 미디어 종사자들이 다변화된 미디어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사회가 나서서 고민해야 할 때다.

방송작가유니온이 금융산업공익재단과 함께 '너, 나, 우리 위튜브' 프로젝트를 진행했듯, 이러한 고민 또한 금융권의 공익적 지원이 미디어 산업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는 정책적 변화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

안내 메시지

안내 메시지

   취소

해당 서비스는 로그인을 진행해야 사용 가능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