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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노동·노동공제회] "디지털경제 속 노동운동의 새로운 도전"
- 작성일
- 2021-11-16
- 조회수
- 3713
노동공제회, 노동조합·협동조합의 연대 … "초기 노조·기업의 사회적 지원 절실"
김동만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이사장
고용노동부 정책연구용역으로 한국노동연구원이 수행한 '플랫폼 노동 종사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체 취업자의 7.6%인 약 179만명으로 추정된다. 중요한 점은 플랫폼노동에 종사하는 취업자가 점점 더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고용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전국민 고용보험을 확대하고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실시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비정형 노동자를 노동법 체계로 포섭하고 사회보험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원칙이지만 노동법 적용대상을 확장하는 입법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고,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적용도 여러 가지 현실적 장애들로 인해 늦춰질 수 있다. 게다가 비정형 노동자들의 분산적 노동 등으로 기존 노조 방식의 조직화에 어려움이 있다.
한국노총과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등은 지난해부터 논의를 시작해 지난 8월 발기인대회를 거쳐 10월 26일 '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노동공제회)를 발족했다. 초대 이사장으로 선임된 김동만 전 한국노총 위원장을 9일 서울 여의도 노동공제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동만 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이사장은│1959년 경남 마산에어 태어나 1978년 한일은행에 입사해 1985년 노조 쟁의부장을 시작으로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에서 노사대책본부장·상임부위원장·위원장을 했다.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부위원장을 거쳐 2014년 위원장을 역임했다. 2017년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을 지냈다. 2000년부터 전태일재단기념사업회 이사로 활동했다. 사진 한국노총 제공
■한국노동공제회 초대 이사장을 맡으셨다.
올해 3월 초 산업인력공단 이사장직을 내려놓으면서 잠시 쉬려고 했다. 하지만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비정형 노동자를 위한 공제회 초대 이사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산업구조가 급격히 변화하고 직업세계 또한 빠르게 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현재의 노동운동이 포괄하지 못하는 새로운 고용형태의 노동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했다. 노동운동의 새로운 도전에 힘을 보태고 싶다.
■올해 전태일 열사 51주기다. 이소선 열사 어머니와도 각별한 인연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산업화시대에 전태일은 함께 일하는 어린 여공들의 힘든 노동을 안타까워하며 자신의 버스비까지 아껴 '풀빵'을 건넸다. 오늘날 전태일이 있다면 '플랫폼종사자' '프리랜서'라 불리는 비정형 불안정 노동자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고 벌써 대책을 만들어냈을 것 같다. 노동공제회는 21세기 디지털자본주의 시대의 '풀빵'이라 생각한다. 이소선 어머니가 살아계셨다면 격려도 해주시고 노동공제회 고문으로 참여하셨을 것이다.
■노동공제회가 생소하다.
플랫폼 등 비정형 노동자들은 고용과 소득이 불안정하면서도 개인사업자로 취급받으며 노동법과 사회보험 등 사회적 보호에서 배제돼 있다. 막대한 이윤을 벌어들이는 플랫폼 기업들은 비정형 노동자들에게 점심식대나 명절수당은 고사하고 직업훈련 건강검진 등 어떠한 복리후생도 제공하지 않는다. 노동공제회는 개인이 짊어져야 하는 실직과 사고의 위험, 소득의 불안정을 노동자들의 상호부조를 통해 공동으로 대응하는 협동 조직이다. 나아가 비정형 노동자들의 조직화와 이해를 대변하려 한다.
■노동공제회는 기존 노동조합들과 어떤 관계인가.
노동조합 운동은 노동자들의 강력한 무기다. 그러나 플랫폼·프리랜서 등 비정형노동자들은 특성상 기존 노조 등의 형태와 경로로 조직화되기 어렵다. 특히 기업단위 교섭 위주의 한국 노동시장 구조에서 교섭 대상자를 찾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기존 정규직 노동자들에 비해 노조 가입의 필요성을 덜 느낄 수밖에 없다. 노동공제회는 가장 기초적 단위에서 노동자들의 이해가 결집될 수 있는 조직이다. 노동공제회 자체가 노동자들의 자조조직이며, 노동운동의 새로운 영역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특정 직군이 아니라 비정형 노동자 전체를 아우르는 노동공제회는 운영상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물론 어려움도 있지만 체감효과가 큰 공제사업을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가입자 규모가 반드시 필요하다. 개별 단체들의 공제사업이나 특정 직군만의 공제회는 법적 근거가 확보되지 않는 이상 안정적인 재원 마련이 어렵고 작은 규모를 벗어나기 어렵다. 각 직종을 대표하는 노동단체들을 노동공제회의 회원단체로 두고 이들 단체가 주도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
■어떤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가.
11월부터 노동공제회 출범 기념해 금융산업공익재단 지원으로 '목돈마련 응원' 사업을 시작했다. 회원이 시중은행의 매월 10만원 적금상품에 가입하면 연 최대 24만원까지의 응원매칭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공제회는 안전한 노동, 건강증진, 직무능력 향상을 출범 초기의 주된 사업방향으로 설정했다. 정부나 지자체의 정책성 사업 수탁, 기업이나 공익재단의 사회공헌 기금을 지원받아 자체 사업을 만들 것이다.
올해 서울시 배달라이더 안전교육 공모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 건강검진 지원사업은 공공기관 노사가 공동출연한 '공공상생연대기금'에서 지원을 받기로 했다. 생활안정을 위한 소액융자나 직종별 특성에 맞는 저렴한 보험 등에 대해서도 준비단을 구성해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이다.
■회원 확대 목표나 계획은 무엇인가.
초기 금융산업공익재단의 지원으로 이루어지는 '목돈마련 응원' '직업훈련 지원' 사업이 회원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 출범 1년 안에 1만명 가입이 목표다. 직종별 특성에 맞는 공제사업을 확대하면 많은 노동자들이 가입할 것이다.
■재원마련이 큰 중요한 숙제일 것 같다.
초기엔 현실적으로 사회적 자원의 유입이 절실하다. 노동공제회가 지속가능한 경제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이나 공공기관에게도 사회적 책임의 일환으로 사회공헌기금 후원을 요청한다.
■금융산업공익재단에서 연간 30억원 이상을 지원한다.
노동공제회 설립 모금운동에 한국노총 전국금융산업노조(금융노조)가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금융노조가 대표자회의를 열어 각 지부의 참여를 결의했다. KB국민은행지부는 자체 포스터를 만들어 조합원들의 모금을 독려했다. 전체 모금액 4억2000여만원 가운데 13.8%에 달하는 5700여만원을 금융노조에서 마련했다. 특히 올해 임단협 총파업투쟁을 위한 철야 천막농성 과정에서 들어온 외부 격려금 680만원 전액을 쾌척하기도 했다. 금융산업공익재단은 비정형노동자들의 자산형성과 직업훈련을 위해 연 3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국노총 조합원들도 모금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플랫폼노동'이나 '노동공제회'가 아직 노조 현장에선 생소한 개념이다. 조합원들의 동의와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모금은 상당한 호응과 동참 속에 이뤄졌다. 비정형 노동자들에 대한 연대와 새로운 조직화 경로와 방식에 대한 공감대가 넓게 형성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향후 과제는 무엇이라 보는가.
기업이나 기관 후원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본격적으로 회원들을 모집하고 이들의 회비를 통해 공제회가 기본적인 운영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노동공제회의 인지도와 신뢰성을 빠르게 확립하는 것도 과제다. 노동공제회의 필요성, 사회적 역할에 대해 보다 넓은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노동운동 진영 내에서도 공제회 운동의 위상을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동공제회 운동의 국내외 사례에 대한 보다 깊이있는 조사와 연구, 토론, 사회적 대화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또한 직종별 맞춤형 공제사업을 개발해 해당 직종의 보다 많은 노동자들이 가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근로복지기본법 개정을 통해 노동자들의 공제회 설립과 운영 및 정부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입법논의가 확대되고 빠르게 현실화되도록 노동공제회도 풀빵을 비롯한 다른 노동공제 조직들과 함께 적극 노력하겠다.
노동공제회 설립 모금운동 현황
(2021년 11월 10일 현재)
한국노총 △산별·연맹(단위:만원) 식품산업노련(1200만원)·관광서비스노련(320)·외기노련(320)·광산노련(99)·의료노련(812)·담배인삼노조(400)·사립대노련(161)·우정노조(1713)·공무원노련(1472)·IT사무서비스노련(1870)·교육청노련(883)·공공사회산업노조(772)·택시노련(2000)·출판노련(50)·고무노련(182)·금융노조(5776)·섬유유통노련(250)·항공노련(653)·화학노련(1327)·공공노련(4800)·공공연맹(3200)·연합노련(1413)·자동차노련(1000)·선원노련(1920)·항운노련(1213) △지역본부 서울(2420)·광주(100)·강원(100)·인천(500)·경기(1000)·경기중부(100)·충남세종(200)·전북(500)·전남(200)·제주(100)·경남(300)·대전(200)·울산(150)·부산(500)·대구(450)·경북(200)·충북(200) △단위노조 항공우주산업노조·두원중공업노조·카펙발레오노조(240), 경원여객노조(1) △특별기부 김동명(500)·협동조합소스(100)·가사노동자협회(20)·김현중(10)·대리운전협동조합(50)·임보라(2)·류기섭(10)·진병준(10)·충주음성지역지부(10)·황인석(20)·김만재(20)·박종호(10)·박인수(10)·문현군(10)·익명(3) 등 총 4억2058만원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