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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소외의 늪①] 키오스크 앞에서 위축 되는 노인들

작성일
2025-09-26
조회수
318




혼자라서 더 취약한 이들의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디지털 소외는 단순한 기술 적응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고립과 존엄의 문제임을 확인할 수 있다. 변화의 속도를 늦출 수는 없지만, 누구도 뒤처지지 않는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깊은 고민이 시급하다.

이에 [1코노미뉴스]는 초고령사회, 디지털 소외를 경험하고 있는 고령층을 만나봤다.

서울 마포구 성산종합사회복지관. 칠순을 넘긴 김순자(73, 가명) 씨는 디지털 소외에서 탈출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김 씨는 스마트폰이 있지만, 앱이나 QR코드, 페이 결제 등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이날 김 씨의 목표는 키오스크 사용법 터득이었다. 

그는 식당, 카페, 병원 등 곳곳에 설치된 키오스크 때문에 디지털 공포증을 느끼고 있었다.

김 씨는 "어느 날인가 카페 키오스크를 이용할지 몰라서 어쩔 수 없이 뒤에 청년에게 물어봤더니, 짜증을 내면서 무시하더라고요. 그때 속이 체한 것처럼 턱하고 막혔어요. 모르는 게 큰 민폐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일이 생긴 후 키오스크만 보면 뒤돌아 나왔다. 직원이 있어도 물어볼 용기가 나질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시대가 다르잖아요. (디지털이) 익숙 않은 게 당연하잖아요. 그런 점을 마치 우리가 잘못한 거처럼 치부하는 분위기도 있는 것 같다"고 섭섭해했다.



장건영(70세, 가명) 씨는 은행 앱 사용을 어려워 했다.

장 씨는 "누구는 앉아서 5분도 안 돼서 돈을 입금하고 하는데, 우리는 직접 걸어서 5분, 10분 은행까지 직접 가야하잖아요. 배워 보려고해도 요즘 보이스 피싱 때문에 건들지도 못해요"라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폰을 사용하고는 있지만, 전화통화, 메시지 수신만 한다. 또 독거노인인 장 씨는 모르는 것이 있어도 물어볼 곳이 마땅치 않다.

장 씨는 "사진도 찍어 보내고, 문자 보고, 영상도 보면서 웃고 하는데 그런걸 이용할 줄 전혀 모르니까, 가끔은 내가 남들보다 못하나 싶은 생각도 들때가 있어요. 그런데 이걸 물어보기가 민망하고, 물어볼 사람도 없다. 알려줘도 계속 쓰지 않으니까 자주 까먹거는다. 이걸 다시 물어본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김연옥(70, 가명) 씨는 디지털 소외는 고령층의 자신감을 떨어트리는 요인이라고 말한다.

그는 "키오스크가 뭐예요. 휴대폰을 이용할 줄도 몰라요. 이게 점점 자신감이 많이 떨어지더라고요. 요즘 어딜가나 기기로 다 하잖아요. 밥 먹는거부터, 음식 주문, 택시, 은행 다 기계로 하는데 할 줄을 모르니까. 누구는 편리하다고 하는데, 우리는 일상생활 조차 불편할 뿐이예요."라고 호소했다. 

디지털 소외는 지방일수록 더하다. 



강원도에 거주하는 권선덕(70, 여) 씨는 대중교통 이용에서 낭패를 본다고 말한다.

권 씨는 "서울가는 버스 표를 예매해야하는데, 매진 되어서 낭패본 적이 있어요. 요즘은 다 스마트폰으로 예약한다고 하더라고요. 버스터미널 매표소도 다 기계로 바뀌었어요. 이런게 점점 늘어나니까 소외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누군가에게는 편리한 기술 환경 변화가 고령층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 됐다.

실제로 교육부의 '제1차 성인 디지털문해능력조사'에 따르면 성인 전체의 8.2%가 일상적인 디지털 기기 조작조차 어렵다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층일수록 18~39세 청년층(0.8%) 대비 기기 조작 어려움(23.3%)을 경험하는 비중이 커졌다.

거주지별로도 디지털 문해력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중 지역별로 보면 농어촌 거주자가 12.7%로 서울·광역시(6.1%)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또한 성인 10명 중 3명(29.9%)은 디지털 문해교육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 중 62.1%는 실제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보였다. 이들이 교육에 참여하는 이유로는 '빠른 세상 적응 및 자신감 향상'(77.6%), '일상생활 불편 해소'(70.9%), '새로운 일 시작 준비'(17.8%) 등으로 주로 일상과 직결된 문제로 인식했다.



◇ 디지털 소외 해소, 기업·지자체 정책은?

디지털 소외 문제 해소를 위한 지자체의 노력도 이뤄지고는 있다. 서울시의 경우 적극적인 지자체로 꼽힌다. 시는 디지털 소외 문제를 해결하고자 2020년부터 디지털 배움터를 운영 중이다. 또 2023년 서울시 디지털 역량강화 교육을 주민센터, 복지관, 생활유휴시설 등 지역 커뮤니티 기반으로 무료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 결과 고령층의 호응도를 이끌어내고 있다.

서울디지털동행플라자 서남센터에서 만난 정유진(76세) 씨는 디지털 교육 수강 10개월 차다. 디지털 교육을 통해 자신감은 물론 일상에 활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정 씨는 "처음에는 기기 사용 조차 어려움을 겪어서 어려움이 많았죠. 하지만 지금은 여러 교육을 듣고, 키오스크 사용은 물론, 스마트폰 이용까지 문제가 없어요. 여기 오시는 분들 모두 학구열이 대단해요. 지금은 그거보다 더 어려운 단계인 수업을 듣고 있어요"라며 "오늘은 유튜브 쇼츠를 만들어보는 수업이예요. 내가 유튜버가 되고 하는 과정도 배우고, 내가 만든 영상을 누군가가 본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재밌더라고요. 앞으로도 배울 게 많다"고 강조했다.

김동주(78) 씨 역시 디지털 교육을 시행한 후 많은 변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끔 고등학교 2학년 손자한테 사진이나 영상을 보내면, 놀라더라고요. 할아버지가 나보다 낫다고. 그럴 때 보람을 느끼죠. 재밌기도 하고요. 친구들 사이에서도 기죽지 않아요. 내가 대신 기계를 능숙하게 다루니까 다들 놀라죠"라고 전했다.

서울디지털동행플라자 서남센터 내에는 다양한 키오스크 체험 공간을 마련해 누구나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는 복합공간으로 거듭났다.



최재혁 서울디지털동행플라자 서남센터장은 아날로그에 익숙한 고령층에게 디지털 적응은 힘든 것이 당연하다고 말한다.

그는 "어르신들은 가급적이면 사회생활 속 남에게 해를 하려는 행동을 보이지 않으시려고 해요. 그런 점이 습관화 되어 있다보니까 키오스크 주문할 때도 도와달라고 말씀을 못 하시고 끙끙 앓으시는 거죠. 코로나 시대 이후로 키오스크 보급이 엄청 대폭 확대됐는데, 어르신들이 이걸 이용 하시지 못하시니까 일상 속에도 영향을 끼치는 거잖아요. 카페를 가든, 음식점을 가든 주문을 못 하시니까, 사회적 고립감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공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을 통한 디지털 교육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금융산업공익재단 내 디지털 소외계층 지원 사업을 진행하는 한국정보과학진흥협회는 5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고령층의 디지털 소외 예방을 위한 학습자 중심교육, 지속적인 발전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경기도 안양시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열린 '디지털 교육'에서는 고령층의 열띤 수업이 진행됐다.

이소균 한국정보과학진흥협회 본부장은 "고령층의 디지털 소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국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고령층 특성에 따른 교수지도학습과 전문강사를 통해 고령층의 특성을 고려한 역량 강화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보이스피싱 등 디지털 금융 피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하여 안전하고 편리한 디지털 생활에 도움이 되는 이론과 실습으로 건강한 디지털 생활의 기반을 마련했다"면서 "키오스크와 동일한 태블릿을 활용한 고령층의 생활밀착형 디지털 교육을 통해 어르신들이 느끼는 디지털 두려움을 완화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안종률 대한노인회 안양시 동안구지회 회장은 "어르신들의 디지털 교육 호응도가 아주 높다"며 "앞으로도 어르신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식당, 병원, 은행, 마트 등 우리가 하루에도 몇 번씩 드나드는 이 일상의 현장이 독거노인에게는 '벽'으로 다가온다. 디지털 기술은 편리함을 넘어 이제는 '서비스 이용의 전제조건'이 됐지만, 그 혜택에서 배제되는 순간, 노인은 고립된다. 혼자라는 사실은 그 고립을 더욱 짙게 만든다.

본지가 만난 노인들의 표정은 '디지털 소외'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직결된 문제임을 웅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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