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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소외의 늪③] 전문가들, AI시대 고령 1인 가구 '포용 정책' 필요해

작성일
2025-09-30
조회수
249


디지털 전환 속도가 심상치 않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면서 개인 생활의 여러 측면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신속하면서도 정확한 자동화 시스템, 데이터 분석 기술로 일상적 과제 해결 등이 보다 손쉬워졌다. 올해 정부 역시 '국가 AI 전략위원회'를 출범하며 미래 AI 강국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급격한 디지털화는 접근성의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디지털 발전 속도 대비 고령층은 디지털 정보화 수준이 현저히 낮은 상황이다. 일부 지자체는 고령층 디지털 역량 강화 정책의 일환으로 디지털 교육 등이 시행되고 있지만, 한정적인 지원 탓에 정책 내용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흔하다.

이에 전문가들은 빠른 디지털 전환 속 고령 인구를 고려한 적극적인 '디지털 포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민·관이 전국 지역별 디지털 역량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한계가 분명해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운영 중인 '디지털배움터'는 지방 소도시에서는 사실상 운영되고 있지 않다. 예산에 맞춰진 성과를 내야 하는 탓에 인구가 현저히 적은 소규모 지역까지 지원이 닿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민간의 경우 소규모 집단을 대상으로 교육이 진행되고는 있지만, 한정적인 사업인 탓에 진행 범위가 크지 않다. 그나마 금융산업공익재단이 사단법인 한국정보과학진흥협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추진하는 '디지털 소외계층 지원사업'이 활발하다. 



전문가들은 고령화 추세와 디지털 전환 속도를 감안해 디지털 포용 정책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성철 백석대학교 노인복지학과 교수는 "디지털 전환이 속도를 늦추지 않고, 확대되고 있어 고령층의 디지털 소외계층 문제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은행, 공공서비스, 의료, 쇼핑, 교통, 문화 등 거의 모든 일상이 점점 디지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반면,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 인구 비중은 계속 증가하고 있고, 이들의 학습 여력이나 적응력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디지털 활용 역량의 격차가 기술 수혜 여부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사회·경제구조 변화가 빠를수록 디지털 역량을 가진 쪽이 유리한 구조가 고착될 여지가 있다"며 "이미 고령층의 디지털 격차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앞으로 디지털 전환이 빨라질수록 격차도 더 벌어질 소지가 크다"라고 우려했다.

이소균 한국정보과학진흥협회 본부장은 "현재 고령층 디지털 교육은 노인복지관, 마을회관 등 거점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공공에서는 아무래도 예산, 지원 인구 등 제약이 많아 인구가 적은 지역까지는 지원 프로그램의 역량이 닿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그러면서 "지역별 격차도 존재한다. 수도권, 대도시 중점으로는 디지털 역량 교육이 활발하지만, 거주 인원은 적고 고령화가 심각한 지방으로 갈수록 관련 지원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에 협회는 찾아가는 디지털 역량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비수도권으로 사업을 확장하려 한다"라고 했다.

디지털 교육의 한계점을 지적하는 견해도 나온다. 



김진 부산카톨릭대학교 노인복지보건학과 교수는 "디지털 교육을 받는 데도 불구하고 사회, 심리적 요인으로 위축되는 부분도 크다. 잘 배우고 사용하면 좋은 친구이지만, 그만큼 위험한 적도 될 수 있다"며 "고령층이 겪는 디지털 장벽을 비유하자면 마치 처음 외국에 나갔을 때 느끼는 막막함 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김진 교수는 "고령층이 직접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유도해야 하는데, 너무 교육에만 집중된 것 같다. 공공영역에서의 다양하고 폭넓은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소균 한국정보과학진흥협회 본부장은 "디지털 교육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디지털 포용이 필요할 것 같다"면서 "키오스크 같은 디지털 기기 사용에 고령층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사회적 인식 부분에서 고령층은 당연히 기기사용이 익숙하지 않다는 것, 모르더라도 괜찮다는 점을 인지하고 누구나 선뜻 나서서 도와주는 사회적 분위기 형성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철 백석대학교 노인복지학과 교수는 "디지털 역량 교육은 대부분 워크숍 형식 강의나 단기간 체험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 지속적인 학습 효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반복적 실습과 활용 중심의 교육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다. 또 일부 교육은 교육 장소가 너무 멀거나, 교통 접근성이 떨어져 이동이 불편한 고령층이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을 받는 고령층 내부에서도 교육 역량 차이, 학습 속도 차이, 관심 분야가 다양하므로 평균화된 교육 콘텐츠는 일부 사용자에게는 너무 쉽거나 너무 어려울 수 있다. 또 단순 기기 조작 중심 교육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실제 생활 밀착형 과제를 중심으로 한 실전 교육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일부 지자체는 프로그램이 거의 없거나, 빈도가 낮고, 지원 인력이나 예산이 충분치 않은 경우도 많다"라고 지적했다.

김성철 교수는 고령층 디지털 소외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에 대해 보편 서비스 개념 도입, 지속 가능한 체계 구축 등을 강조했다.

그는 "저소득 고령층에게 무상 또는 저비용 인터넷, 기기 보조금 제도를 마련하고, 공공서비스는 반드시 오프라인 병행이 필수화 되어야 할 것"이라며 "단기 프로그램 강좌 중심이 아니라, 지역 기반의 지속 학습 플랫폼, 실전 중심 과제 교육, 공공 및 민간 앱, 웹의 고령자 친화적 설계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민간 기업, 통신사, 시민사회단체, 지역 커뮤니티 기관 등이 협업하는 구조를 강화하고, 디지털 역량 및 격차 지표를 정기적으로 조사해 정책 시행 효과를 분석하고 피드백을 반영한 체계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이동우 국가인권위원회 사회인권과 주무관은 "기술의 발전과 활용에 관한 결정은 차별금지, 투명성, 책임성, 인간 존엄성 등 인권의 틀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며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세계 곳곳에서 디지털 기술은 소위 디지털 소외계층을 만들어냈다. 평등이 아닌 차별, 존엄이 아닌 소외가 디지털 기술문명의 민낯"이라고 꼬집었다.

이 주무관은 "인권위는 향후 노인 인권상황에 대한 연구자료를 토대로 정책 권고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인권위는 연구용역과 실태조사 과정에서 청취한 노인들의 목소리를 꼼꼼히 살피어, 정보 접근권, 자기 결정권, 평생교육권, 사회보장권 등의 보호를 위한 제도적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고령 친화적 설계', '지속적 동행 지원', '접근성 개선 및 사업 확대'를 강조했다. 단순한 UI/UX 설계, 음성 안내 기능 확대, 오프라인 창구 유지 등을 통해 접근성을 확대하고, 지역사회와 민간의 교육 프로그램 확대, 1회성 교육이 아닌 상시 도움 제공 등 맞춤형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디지털 사회에서 노인을 소외시키는 것은 단순히 개인 문제를 넘어 사회적 비용을 키우는 일이다. AI가 열어갈 새로운 시대, 대한민국 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더 '느린 시선'으로 이들을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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