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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함께하는 사랑방)

토양을 다지고 노둣돌을 놓아둠으로써 다가올 미래를 준비한다 - 재단과 함께 다져가는 이주배경청년들의 자립지원 -

작성일
2025-07-31
조회수
157


석원정 노동인권회관 부소장




2024년 12월 31일 기준 한국에 3개월 이상 장기체류하는 이주민은 265만여명입니다. 그 중  49.7%인 131만여명이 20~30대의 젊은 청년들입니다. 굳이 전문가의 진단을 빌리지 않더라도 인구절벽을 맞이한 대한민국으로서는, 이들 청년들이 한국에 건강하게 잘 정착하면서 우리의 미래에 긍정적 존재가 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는 국가적 과제를 안았다고 하겠습니다.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이주민들은 유학생, 결혼이주민, 이주노동자, 사업가 등등 법에서 정한 분류에 따라 다종다양한 체류조건과 형태를 갖습니다. 각각의 조건과 형태는 조금씩, 혹은 많이 다르기도 하지만, 아주 많은 이주민들이 한국정착을 희망합니다. 한국에서 태어났거나 태어난 것과 진배없는, 장기간 체류한 이주배경 청년들의 경우 더더욱 그러합니다. 이들에게 한국은 모국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언제나 일방적으로 자격을 입증할 것을 요구하고 입증해야만 받아주는 아주 야멸찬 모국! 입니다.


오랜 시간 옆에서 지켜본 이주민들의 한국정착의 여정은, 동요 ‘정글 숲을 지나서 가자, 엉금엉금 기어서 가자, 늪지대를 지나서 가면 악어떼가 나온다’가 연상됩니다. 산 넘고 물 건너 고개 넘고 늪지대를 통과하는...끝없는 역량의 강화, 비자의 갱신과 연장, 그리고 조금 더 나아진 체류조건과 활동 여정...그 과정은 시간 말리고, 돈 말리고, 피 말리는 여정입니다. 귀화를 했다 해서 안심하지 못합니다. 자칫 일이 꼬이면 오랫동안 계획하고 감수해왔던 노력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인생사가 그렇듯이 손톱만큼의 조력만 있으면, 관용이 있으면, 관심이 있으면, 어긋나고 꼬인 생의 길이 바로 펴질 수도 있습니다. 


금융산업공익재단의 이주배경청년/노동자 지원사업은, 기존의 이주민 지원사업들보다 낮은 진입문턱(체류기간 1~2년, 18세~39세로 최대한 넓힌 쳥년연령), 폭넓은 이주민 포섭(장기체류 중이거나 통계상 장기체류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이주민, 이주노동자, 이주배경주민 등 포함)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찬사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사업적 특징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인이라는 혈연으로 엮이지 않으면 공적, 사회적 자원의 배분에서 늘 배제된다는 것, ‘지원을 받으려면 아프거나 결핍된 이주민이어야 한다는 것’, ‘이 땅에서 십여년을 가족과 함께 삶을 일구었어도 물의가 일기 전에는 재난극복지원에서도 제외되는 존재로 대우받고 있다는 것, ’이주민이기에 요구되는 특수한 무엇들은 그저 군말없이 감수해야만 하는 것‘ 등등의, 단순히 소외감이라는 표현만으로는 충분치 않은, 외국적이나 외국출신이기에 받는 서러움, 불편함, 억울함 같은 것들이 조금은 위로받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일 것입니다.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직간접적으로 만난 이주배경청년들은 ‘우리들에게 관심 가져주는 한국인들이 있다’는 것에 기뻐하며 진심으로 고마워했습니다. 초중고교를 한국학교를 나왔지만 학교에서 금융교육 같은 걸 배워본 적이 없다면서 너무 좋은 내용이었어요, 다른 것도 배우고 싶다며 눈을 반짝이던 W, 갓 대학에 진학하여 아르바이트도 하지만 금융교육을 통해 소비와 경제를 배우고 작아보였던 아르바이트 수당이 모여모여 무시할 수 없는 돈이 되는 것을 깨달았어요 라던 K, 토픽 고등급을 받아야 장학금도, 아르바이트도 신청할 수 있다며 고등급을 받을 때까지 토픽을 치느라 수십여만원을 응시료로 쏟아부었는데, 지원받은 응시료로 다시 한번 도전할 거라던 유학생 F. 어떤 자격증, 어떤 취업교육을 받아야 한국에서 취직하고 정착에 도움이 될지 가늠조차 못하다가 컴퓨터 운용능력은 최소한의 기본이라는 조언을 듣고 열심히 공부해서 자격증을 취득했던 고교 졸업생 A. 


이 사업 모두가 이주민 정착과 자립에 꼭 필요한 사업이라면서 또박또박 신청하면서 남편과의 사별 후 모자의 좀더 나은 생계를 위해 한국어능력시험을 보아 토픽 6급(최고등급)을 받고, 자격증 따고, 면접보고, 적금도 들었던 S는 취업에도 성공하여, 남편없이 막막했을 새로운 출발에 이 사업이 작은 발판을 제공해주었던 것 같아서 진심으로 함께 기뻐했습니다. 


홀어머니와 함께 어렵게 살아가면서 2년제 대학을 간신히 졸업하고 1년이 다 가도록 취직은 난망이어 한때 우울증이 온 것이 아닌가 염려되기도 했던 S, S는 이 사업의 면접비를 받고 아르바이트자리를 구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10만원씩 1년간 적금을 들었는데, 전기요금도 못내고 쩔쩔매는 가정형편에 ‘정 어려우면 적금을 해약해도 된다’고 마음을 편히 갖도록 조언해주었음에도 해약하지 않고 악착같이 계약기간을 마쳤습니다. S의 형편에 24만원의 응원매칭금은 작지 않은 돈이었지만 S가 단지 돈만 바라고 버틴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아마도 S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냘픈 빛줄기를 하나라도 만들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의식주 무엇 하나 20대 초반의 아가씨로서는 만족스러울 수 없는 가정형편임에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고 싶었다는 간절함으로 보였습니다.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사업, 배분사업들은 모두 감동적인 사연들을 품고 있습니다. 이주민들의 삶이 팍팍하다보니 이주민 지원사업들 역시 두말할 나위 없습니다. 그런 많은 지원사업들 중 이번 금융산업공익재단과 함께 하는 이주배경청년/노동자 지원사업은, 향후 우리 사회의 주요 구성원이 될 청년 이주민들에게 노둣돌을 놓아주고 나무를 키우는 토양을 보존하고 북돋운다는 측면에서 단연 눈에 뜨입니다. 당장 과실이 풍성하게 열리게 할 수는 없을지라도 나무를 키우는 땅속의 거름, 강한 햇볕에도 수분의 건조를 막아주는 덮개가 되어주는 사업입니다.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기꺼이 관심과 지원을 쏟는 재단으로 인해 한국사회는 조금 더 나아질 것입니다. 이 따뜻한 투자와 조력이 계속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여러 방향으로 확산되어 가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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