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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함께하는 사랑방)

제주 수눌음 공동체를 회복하는 여정

작성일
2025-11-07
조회수
11


강호진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대표


제주는 수눌음 공동체의 가치를 지닌 곳이다. 단순 협업생산을 넘어 마을 단위에서 서로를 돌보는 돌봄의 가치를 갖고 있다. 2000년도부터 제주는 개발과 인구 유입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 변화로 기존 수눌음 공동체가 옅어졌다. 공동체의 약화는 취약계층과 돌봄 사각지대 문제로 나타났다. 그러나 공적 돌봄 서비스는 단순 지원 방식으로 한계가 명확했다. 


우리는 금융산업공익재단과의 협력을 통해 이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바로 '지역 돌봄 공동체 인큐베이팅 사업'이다. 이 사업은 단순히 서비스의 양을 늘리는 것을 넘어, 돌봄의 주체를 지역 주민으로 바꾸고, 서로가 함께 돌볼 수 있는 공동체로서 도약하는 전환점을 만드는 것이다.


1년의 실험이 끝난 후 가장 큰 변화는 돌봄의 틈새가 채워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기존의 제도적 돌봄이 포괄하지 못했던 발달장애인의 자립 지원, 이주 배경 청년들의 정서 돌봄, 그리고 고립된 마을 어르신들의 식생활 및 커뮤니티 지원 등 공동체들은 지역 주민의 필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다. 틈새 속에서 돌봄의 방식을 고민하던 제주의 공동체가 다시금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사회적농장을 운영하는 ‘푸른팜사회적협동조합’은 발달장애인의 사회화를 공동체로 실현했다. 장애로 인해 취업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던 분들에게 치유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그들이 직접 사회적농장을 운영하면서 새로운 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 것이다.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과 보호자와의 참여는 사회에 두려움을 갖던 분들에게 기댈 수 있는 언덕이 되었다. 그들은 또 다시 함께 할 수 있는 분들을 찾아 사회진입을 위한 농장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남성마을’은 마을의 자원을 활용하여 마을의 취약계층에게 얼굴을 내밀었다. 돌봄이 필요한 청소, 세탁 등의 서비스를 연결하면서 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켰다. 그들은 마을 주민에서 이웃으로 전환되었고, 이제는 함께 공동체로서 마을의 활력을 주도하고 있다. 그 외에도 발달장애 가족 공동체, 식생활권 돌봄, 독서돌봄 등 각자의 방식으로 돌봄과 공동체의 가치를 만들었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이 돌봄 공동체들이 단순한 모임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사회적경제조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큐베이팅 과정에서 참여팀들의 소셜미션을 토대로 지속가능한 방안을 함께 체계화했다. 자금을 지원받는 데서 멈추지 않고, 전문적인 멘토링과 역량 강화 교육을 통해 사업화 기반을 다졌다. 또한 지속가능성을 위한 팀들의 고민은 지역 내 사회적경제조직들과의 연대를 확장했다.


그 결과, 공동체들은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재정 기반을 다지고 있으며, 지역의 공동체성을 회복하며,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이 되어가고 있다. 돌봄의 수혜자가 지역의 이웃이고, 서비스 생산자가 친구이자 가족이며, 심지어 공동체의 투자자가 수혜자이자 생산자가 되는 선순환 구조가 제주 땅에 뿌리내리고 있다. 이로써 우리는 '돌봄은 비용'이라는 인식을 넘어, '돌봄은 지역 경제를 살리는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고자 한다.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공동체 돌봄의 가치를 확산시키는 데 매진할 것이다. 금융산업공익재단의 전략적 지원 덕분에, 이 혁신적인 모델은 이제 전국적인 확산 가능성을 가진 모범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새정부에서도 돌봄은 중요한 전략적 과제에 포함되었고, 지역에서도 공동체 돌봄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우리는 이 공동체들이 더욱 튼튼하게 자립하고, 지역의 다양한 유관기관과 강력한 연대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공고히 해야 한다. 올해도 금융산업공익재단의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새로운 돌봄의 가치를 진행한다. 8팀이 각자의 미션과 방식으로 제주의 수눌음 공동체 회복을 위해 1년간의 여정을 시작하였다. 이들은 아직은 미흡하지만 제주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년 이 즈음에 제주의 따뜻한 소식을 전국에 전할 수 있을 것이다.


제주에서 피어난 자생적인 돌봄의 꽃이 우리 사회 전체를 포용하고 치유하는 숲을 이루도록, 우리는 사회 혁신의 최전선에서 계속해서 노력해 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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