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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거주환경 ‘자립형’으로 새 단장
- 작성일
- 2024-10-25
- 조회수
- 225
- 서울시, 2028년까지 시설 31곳 ‘가정형’ 리모델링 사업
- ‘다니엘복지원’ 첫 완료…사생활 보호·생활 편의성 보완
- “1·2인실 지내며 자기결정권 키워…사회 적응 도움 될 것”
지난 16일 찾아간 서울 서초구 내곡동 다니엘복지원. 1999년 건립된 복지원 건물에서 3층이 최근 새로 단장했다. 긴 복도를 사이에 두고 ‘4인실 4곳’에 약 20명이 생활하는 공간이던 이곳이 리모델링을 통해 ‘2인실 7곳’과 ‘1인실 5곳’이 됐다. 1인실을 배정받은 A씨(18)는 “전에 살던 방보다 좁긴 하지만 혼자 잠을 자니 더 편안하고 좋다”고 말했다.
장애인 거주시설이 ‘집단거주’형에서 ‘자립’형으로 거듭나고 있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장애인 거주시설 가정형 주거환경 조성사업’의 결과물이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장애인시설 31곳의 주거환경을 2028년까지 가정형으로 리모델링하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수용과 보호에 초점을 맞춘 시설 구조를 가정과 유사한 형태로 바꿔 장애인들의 거주 편의와 자립 의지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올해 안에 4곳의 리모델링을 마치기로 했다.
다니엘복지원이 가장 먼저 새 단장을 완료했다. 새로 꾸며진 공간을 들여다보니 방마다 침대와 수납공간, 책상이 놓여 있다. 각자의 얼굴 사진이나 그림이 담긴 작은 액자도 보인다. 크기는 이전의 4인실보다는 새로 조성된 1·2인실이 작지만 개인 사생활이 보호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이 복지원은 2022년 금융산업공익재단과 한국장애인시설협회로부터 약 1억3000만원을 지원받아 2층을 가정형으로 리모델링한 경험이 있다.
2층을 바꾸고 나니 노후한 집단거주 구조인 3층의 문제가 더 뚜렷하게 보였다. 복지원 관계자는 “여럿이 함께 살다 보니 이들 간 다툼도 적지 않았고, 코로나19 감염 속도도 2층에 비해 빨라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3층 리모델링에는 시 예산 약 6억7000만원이 투입됐다. 2층 사례보다 더 개선했다. 모든 전등을 천장에 매립했고, 에어컨도 벽걸이 대신 천장에 설치하는 ‘시스템 에어컨’으로 바꿨다. 발달장애인들이 천장에 매달린 기구들을 떼는 등 돌발행동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주방 및 식사 공간으로 쓰이는 공용공간에는 직사각형의 긴 고정 테이블을 들여 독립적인 식사가 가능하도록 했다.
화장실도 대폭 늘려 총 7개 설치했다. 2층을 리모델링할 때는 화장실 수를 늘리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화장실 이용 속도가 느린 발달장애인들이 아침 등교시간에 혼잡하지 않게 준비할 수 있고, 일반적인 가정과 비슷한 환경으로 자립을 도울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지승현 다니엘복지원 원장은 “1·2인실에서 생활하면 각자 사생활이 보장될 뿐 아니라 자기결정권도 생긴다”며 “자신의 취미,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알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원에선 주로 연고가 없는 발달장애 아동을 데려와 자립을 돕고 있어 이들이 사춘기를 겪으며 지낼 개인공간 확보가 긴요하다.
지 원장은 “복지원에서 지내는 장애인들은 대체로 전형적인 가정형 주거 형태에서 살아본 적이 없다”며 “복지원에서 가정형 주거환경을 먼저 경험하면 지역사회에 나갔을 때 적응이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